이전 글에서 작가의 복합적인 서술 기법에 대해 살펴봤다. 그가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 제한적인 정보만을 주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말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것이다. 이로 독자들의 무수한 상상력과 해석을 이끌어낸다.
제한적인 정보로 독자의 참여와 상상력을 유도한다.
이전 게시글에서는 나다니엘의 작품 주홍글자 안에서 작가의 복합적인 서술 기법에 대해 살펴봤다. 다양한 시각으로 등장인물들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하게끔 하는 서술과 더불어서 작가는 때때로 정보를 알려주지 않기도 한다. 독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헤스터가 남편 칠링워스를 알아보는 장면에서 그를 헤스터의 남편이라고 바로 서술하지 않는다. 그가 남편일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작가는 헤스터의 남편이라고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지만 헤스터의 내면을 넘나들었던 화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를 전 남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딤즈데일이 펄의 아버지라는 것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판단하게끔 한다. 목사의 설교로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설교를 듣는 청중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판단하게 한다. 여러 정황이나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그가 헤스터와 간통을 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유추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묘사하는 인물을 바로 서술하는 것보다 그 인물이 어떤 모습과 성격의 소유자인지를 주시하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전지적 화자와는 달리 중심인물들을 에둘러서 묘사한다. 이는 헤스터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이끌고 가면서 독자들의 상상과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서술기법이다.
타인의 눈으로 본 것을 간접서술한다.
화자는 마을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관찰하고 파악한 것들을 간접서술하기도 한다.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그에 따른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예를 들면, 처형대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죽는 딤즈데일 목사의 장면이다. 대다수의 관중이 목사의 가슴에 새겨진(혹은 새겨진 것 같은) 주홍글자에 대한 증언 한다. 작가는 이를 여러 목격자들의 입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서술한다. 딤즈데일 목사에 대한 사람들의 주장들을 차례로 제시하고, 이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서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끔 한다. 이 주장들은 마을 사람들의 경험이나 심리에 따라 다르게 관찰되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의 확정된 해석은 의미가 없기에 호손은 여러 관찰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의 평가에 맡기려 한 것이다. 독자는 작품에 대한 인식의 폭에 따라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주홍글자 'A'도 복합적인 상징성을 가진 글자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헤스터가 평생 가슴에 달고 다녀야 하는 A는 간통(Adultery), 천사(Angel), 능력(Able), 예술(Art) 등을 상징하면서 작품을 통해 의미가 지속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나 등장인물들의 반응들이 어느 하나로 서술되어 규정되는 것을 경계했다. 해석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손은 상징적인 A를 통해서 다양한 의미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독특한 서술기법들을 통해서 텍스트가 고정된 의미로 해석되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독자들의 다양한 상상력을 끌어내고 다양하면서도 때때로는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이 작품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열린 결말을 유도한다. 서술의 모호성은 후반부로 갈수록 심해진다. 이를 통해 작가가 등장인물이나 청교주의 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어느 한쪽으로 국한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하나도 단정 지어 서술하지 않고 해석의 틈을 열어놓는다. 독자들에게 나머지 공백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작품을 읽는 내내 무수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비록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19세기의 작품이지만, 아직도 현재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모호성 속에서 의미 있는 열린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작품 곳곳에서 의미하는 바가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불평하기도 한다. 바로 호손의 의도적인 노력에 기인한 것이다. 이는 작품의 주제이기도 한 인간사의 "죄"에 대해 사람들이 결코 동일하게 반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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