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의 서술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그것은 바로 화자가 하나의 시점만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상상하고 다방면으로의 해석이 가능하게끔 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작가
나다니엘 호손은 1804년 청교도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들은 17세기 아메리카 대륙 정착 초기에 신대륙으로 이주해서, 엄격한 청교주의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선조들 다수는 식민지 시절에 종교적, 정치적 주요 요직에서 활동했다. 매사추세츠만 식민지가 정착지로서의 체계를 갖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악명 높은 마녀사냥 재판에 관여하기도 했다. 호손의 증조부 존 호손(John Hathrone)은 당시 판사로 마녀사냥의 재판에 직접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호손은 조상의 치부에서 스스로 분리시키고 관계를 단절시키고자 자신의 성에 알파벳 w를 추가했다고 한다.
호손은 4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시절을 외가에서 어머니와 보냈다. 그는 폭넓은 분야의 도서들을 접하면서 깊은 사색과 자기 성찰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관심을 갖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첫 작품인 인간의 고독과 죄성을 다룬 <판쇼>(1828)는 주목받지 못했다. 호손은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작품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이 계속되자, 1839년에는 검사관이란 관직으로 생활고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850년 출판된 <주홍글자>(The Scarlet Letter)를 통해 작가로서의 성공과 경제적인 안정을 얻게 된다.
호손은 식민지 시절 청교도들이 일부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서 고문하고 처형했던 미국 역사에 대해 죄의식을 느꼈다. 그는 형식적인 종교적 규범의 틀에 사로 잡혀서 사람들을 재단하려 했던 당시 위선적인 종교와 사회풍토 및 지도층에 대해 분개했다. 이를 주홍글자를 통해 묘사했다. 이 작품은 식민지시대 뉴잉글랜드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조상의 가혹한 행위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 담겨있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이나 이에 대한 반응을 확정적인 서술로 이어가기보다는 모호하게 서술한다. 이로써 독자의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사건과 인간내면의 다양한 반응에 실제적으로 접근하게 한다. 작가의 복합적인 서술기법 때문에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호손이 자신의 작품이 한 가지 고정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서술 전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하는 상징과 모호한 서술들이 독자들에게 풍부한 선택지를 준다. 더 나아가서 독자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유도한다. 17세기 청교도 식민시대의 역사와 사람들의 내면심리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 호손이 헤스터와 딤즈데일 목사 사이의 간통 사건을 단순하게 해결하려고 했다면, 피해자 칠링워스가 그들을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청교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었을 테다. 하지만 호손은 그들의 간통사건을 간단하게 보지 않았다. 작품 속에서 여러 서술기법들을 사용하면서 독자들이 인물과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해석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일관성 없는 서술 기법
주홍글자의 화자는 하나의 일관된 시점을 고수하지 않는다. 화자는 사실과 정보만을 제공하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가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도 갖는다. 게다가 작품에 직접 개입해서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평가까지 내린다. 하지만 또 다른 장면에서는 상황에 거리를 두기도 하는 등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여러 해석을 낳게 하는 유보적인 결론을 맺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소설 초반에 나오는 들장미 덤불을 들 수 있다. 화자는 들장미 덤불의 근원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감히 단정 짓지 말자고 하면서 독자들에게 열린 해석을 유도한다. 작품 초반부터 유보적인 서술에 독자들은 나름의 추측을 한다. 감옥문 앞에 핀 들장미 덤불이 단순한 식물이 아니고 그 감옥문이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상상도 하게 된다. 이런 모호한 서술은 간통이라는 중죄를 저지른 헤스터가 감옥문을 나설 때도 예측하지 못한 희망적인 미래가 보일 수도 있다는 정반대의 해석도 할 수 있게 한다.
화자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서술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묘사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헤스터가 본격적으로 소개될 때 화자는 그녀를 성모마리아의 이미지로 그리면서도 바로 다음 문장에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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