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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하는 여자에게 필요한 것

by Amy_kim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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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버지니아 울프, 차별을 겪으며 성장한 그녀가 여성들에게 남기려던 메시지를 읽어본다.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나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은 그녀가 남긴 수많은 에세이와 소설 중에서도 그녀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작품은 여성 문학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그 미래까지 멀리 밝힌 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28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던 원고에 기초해서 1929년 출판된 에세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지금까지 여성이 받아온 차별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다. 여성이 창의력을 펼치기 위해선 자기만의 방과 1년에 500파운드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여성이 가지고 있는 창조성이 가난이나 억압에 얽매이지 않을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여성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선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해방되어야 하고, 경제적 자립을 주장하는 현대 페미니스트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여성 해방의 본질은 정신적 자유와 경제적 독립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출간된 지 10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흐르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에게 가혹했던 빅토리아 시대에 성장한 버지니아 울프

울프가 글을 쓰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는 사고방식이 사회에 만연했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선 많은 적대감을 감내해야 했다. 여성이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어려움과 일상에서 받고 있는 차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가정폭력이 용인되고 여성이 직업을 가지기 힘든 시기였다. 이처럼 여성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시대였다.

전통적인 계급사회이자 가부장제 사회가 바로 이 빅토리아 시대였다.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들여다보면 그녀가 겪었던 차별과 불평등이 드러나 있다. 

옥스브리지에서 잔디밭을 걷고 있는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강연의 주제를 떠올리며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 이때 학교 관리인이 그녀를 가로막고, 이 길은 연구원이나 학자만 걸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여성은 그 옆 자갈길로 옮길 것을 요구받는다. 이 여성은 관리인의 말로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색의 끈을 놓치고 만다.

이 순간을 두고 그녀는 "나의 작은 물고기가 숨어 버렸다."라고 묘사했다.

학교 도서관으로 들어가려 하는 그녀 앞에 또 다른 관리인이 나타난다. 그 관리인은 돌아가라고 손을 흔들며 얘기한다. 여성은 남성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가지고 있는 소개장이 없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은 두 번의 거절을 통해 울프는 여성이 처한 사회적 불평등을 묘사했다.

 

버지니아가 얘기하는 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때의 방은 무엇일까?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방이다. 그래서 자기 방을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삶을 산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개인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에 자신의 방을 가지고 싶어 했던 버지니아 울프. 지금으로선 그게 왜? 라며 쉽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도 온 가족이 한 데 모여 생활했었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하루를 보냈을 어머니에겐 방이 있었을까?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서 살아왔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나의 두 남동생은 방을 같이 사용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동생들은 자기만의 방이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어쩌면 울프가 필요로 한 자기만의 방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 여성이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에 여성이 필요한 것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방은 물리적인 공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온전한 자유로도 볼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강조하던 여성에게 필요한 다음 세 가지.

1. 고정적인 소득. (연간 500파운드의 돈)

2. 자기만의 방.

3.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려는 용기.

 

어쩌면 이것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와 개인적인 공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대등한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중요시한 버지니아 울프. 작은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던 먼 과거로부터 여성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는 행동을 멈추지 말 것을 주장했다. 지금 내 방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인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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