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그녀는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지적 자양분이 가득했던 울프의 유년시절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이다.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영국인명사전을 편찬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울프의 회고록에서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묘사된 그녀의 어머니도 귀족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으로는 상류층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헨리 제임스, 조지 엘리엇과 왕래하던 문화계의 로열패밀리였다. 최고의 지성인들에게 둘러싸여 울프의 유년시절은 지적 자양분이 가득했다.
오빠 토비 스티븐이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한 후로는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케인스와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런던과 케임브리지를 중심으로 활동한 영국의 지식인 모임)을 이끌었다.
울프는 당대 여성에게 강요되던 규범 탓에 대학에 입학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공부로 블룸즈버리 그룹에서 대등하게 토론할 수 있었다. 훗날 멤버의 레너드 울프가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이 된다. 그는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존중했다. 그들은 함께 호가스 프레스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로열패밀리에서 성장했고 가정교사에게 교육도 받았으며 출판사까지 운영했다. 20세기 여성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누리고 있던 특권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영국에서 쓰고 싶은 것을 쓸 자유를 누리는 유일한 여성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누렸던 문화적 특권을 넘어 여성이 마주한 물질적 한계를 꿰뚫어 본 것이다.
여성이기에 받았던 차별과 불공평함
버지니아 울프는 문화계 로열패밀리의 딸로 예술적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결핍 없는 삶을 살았을까?
당시 영국은 1928년에야 모든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서프러제트 운동(20세기 초 영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 벌어진 여성 참정권 운동)을 배경으로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였다. 울프의 대표작인 <자기만의 방>을 보면, 특권층이었던 울프조차도 겪어야 했던 차별이 드러나 있다. 울프는 여성이 처한 사회적 불평등을 묘사하며 여성의 자립적인 삶을 강조한다. 버지니아 울프와 달리 19세기 여성들에게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 거실에서 수시로 방해받으며 한정된 사회 경험을 소재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울프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이 주로 소설을 쓴 이유는 그들이 주로 거실에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는 가설을 내세우기도 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시보다 집중력이 덜 요구되는 소설이 적합했다는 것이다. 당시 남성 작가들에겐 당연하게 허락되었던 것들이 여성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녀의 삶의 동반자 레너드
생전에 울프는 일기에서 남편 레너드와의 산책을 앞두고 "이 산책이 엄청난 은행 잔고처럼 느껴진다. 이건 깨어지지 않을 행복이다."라고 쓰기도 했다. 비유적인 표현으로서 울프에겐 은행 잔고처럼 든든했던 결혼생활이었던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을 정신질환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남편이 엉뚱한 구설에 휘말리지 않도록 레너드를 위해 유서를 쓸 정도로 그를 아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울프가 레너드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 더해 의붓오빠에게 추행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던 울프에게는 부정적인 결혼관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울프는 레너드가 청혼했을 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부부 관계를 요구하지 않고, 레너드에게 공직을 포기하고 자신을 뒷바라지해 줄 것이란 조건을 내건다. 그런데 이 까다로운 조건을 레너드가 수락하면서 둘은 결혼한다. 성욕과 사회적인 지위를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한 레너드의 마음이 울프를 움직인 것이다. 그 뒤로도 레너드는 울프가 작가로서의 삶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며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그녀가 강물에 투신하는 등 정신질환과 싸울 때에도 강한 인내심과 애정으로 그녀의 곁을 지켰다. 평생 묵묵히 그녀의 그늘이 되어주었던 삶의 동반자였다.
20세기 초 영국 여성으로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버지니아 울프
울프는 자신의 불행에 주저앉지 않고 자신 스스로 극복해 나간 여성이었다. 극복의 수단으로 글을 활용했던 대표적 작가이다. 여성 작가들에게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억압되던 시절, 그녀는 한 여성이자 작가로서 당시의 문제를 논했다. BBC는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 비평가들에게 최고의 영문학 소설을 뽑아달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이때 각각 3위와 2위가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였다. 시간이 지나도 빛나는 통찰력으로 전 세계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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