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모두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이란 결말을 맞는다. 등장인물들은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어 사랑을 지켜낸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코미디로만 보기보다 자연 환경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좀 더 깊숙이 알아본다.
셰익스피어의 코미디
셰익스피어가 전반기에 집필한 작품은 대부분 코미디로 규정된다. 코미디를 규정하는 요소는 변장(종종 이성의 옷을 입는 것까지 포함된다), 훼방을 받는 사랑, 정체성에 대한 오해, 결혼과 연애에 있어 생겨나는 오해 등이다. 그의 코미디는 여러 남녀가 결혼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코미디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젊은 남성 또는 여성이 결혼을 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려 내는 것이다. 비극이 죽음에 이르는 데 달하는 반면에 코미디는 젊은 남녀가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만들어 간다. 결혼은 성적 욕구가 정당화되고, 사회의 대다수에게 용인되며,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된다. 이런 면에서 코미디는 많은 사랑의 장애물을 만난다. 이런 장애물은 부모의 반대나 사랑하는 이의 명백한 거절 등 여러 경우가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그 장애에 맞서 저항한다. 베니스의 상인의 포샤, 십이야의 비올라, 뜻대로 하세요의 로절린드처럼 여성이 남장을 한다. 한여름 밤의 꿈의 허미아와 헬레나는 숲으로 잠적을 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페트루키오와 캐서리나는 여행에 나선다. 연인들이 이런 경험을 겪고 난 뒤에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든 사회적 현실이 된다. 그리고 연극은 연인들의 행복한 화합으로 결말을 맺는다.
환경적 위기의 관점
21세기 문학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생태학적 비평의 출현이다. 생태학적 비평은 사람들이 직면한 환경적 위기의 관점에서 문학에 접근하는 것이다. 가령 지구 온난화로 제기되는 위협은 환경적 위기 중 가장 우려되는 요소이다. 문학을 논할 때 인류와 자연과의 관계를 정치 및 도덕의 문제로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런 종류의 비평은 셰익스피어와는 그다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셰익스피어는 산업화 이전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연에 대한 그의 태도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시 잉글랜드의 인구는 지금의 10분의 1이 안되었다. 자연환경은 소중히 여겨야 할 자원이 아니라, 맞서 싸워야 할 위협의 대상이었다. 토지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기 힘든 황무지와 어두운 삼림 지대였다. 홍수와 가뭄, 그리고 병충해는 인간 공동체에 재앙을 가져왔다.
17세기 후반에는 동식물의 세계는 인간과 다른 세계이고, 인간의 무한한 착취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신의 같은 창조물로써 공통점을 가진다고 보지 않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동물은 영혼이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그의 일부 추종자들은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연의 세계를 인류가 의존해야 할 체계로 인식한다. 동물을 약탈해야 마땅한 자원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파괴적인 행동으로 자연을 손상시킨다면,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것은 중대한 위험이 아닐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에서는 연인뿐만 아니라 궁중 전체가 아덴의 숲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원 지대를 소박한 미덕의 장소로 표현한다. 정치와 산업이 판치는 도회지와는 다르게 표현된다. 하지만 이 내용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전원 지대에서는 봉건적인 농노제와 고된 육체노동이 벌어졌고, 도시에서도 개인의 자유의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연극에서는 추방자들이 이상적인 세계를 찾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덴의 숲이 왕궁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장소였다. 실제로 추방자들은 숲이 도시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숲에 사는 동물들은 그들과 공통점이 많다. 이 극은 올란도가 형이 자신을 동물처럼 취급하는 것에 불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올란도는 외양간에 갇힌 황소와 같이 집에 머물러야 한다. 그는 형이 자신의 품위를 해친다고 생각한다.
요약
코미디에서 젊은 남녀들은 대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길 바란다. 종종 아버지와의 약속을 거스르더라도 말이다. 결국엔 그들이 바라던 대로 결혼을 하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한 사회가 남성 주도 사회였던 것을 고려하여, 일부 비평가들은 이런 연극을 장난스러운 반란의 일종으로 파악한다. 성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젊은이들이 부모의 권위에 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반란은 항상 부모의 권위에 흡수된다. 그리고 결말에서 남녀 간의 격정적인 사랑은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결혼으로 변모한다. 반면 다른 비평가들은 이 반란이 결국 남녀 사이의 관계를 동등하게 주고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뜻대로 하세요의 아덴의 숲은 현대의 비평가들에게 새로운 장을 마련해 준다. 그들은 근대 초기의 자연과 환경에 대한 태도가 어떤 교훈을 내포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일부 코미디에 등장하는 퍼포먼스의 수수께끼 같은 말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주먹을 받으며 때로는 급진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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