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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형이상학파 시의 거장 존 단

by Amy_kim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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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인 존 단의 위치는 영시 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기발한 착상 기법은 동시대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가 벼룩을 소재로 남녀의 사랑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본다.

형이상학파 시의 거장, 존 단
John Donne 1573~1631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산문가, 성직자였던 존 단은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에 걸쳐 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일군의 시인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시인이었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Anglican Church)에 소속되어 있던 가톨릭 신도였던 그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학위를 받지 못했다. 청년기 때 집안의 종교인 가톨릭을 포기한 뒤 영국교회로 개종하는 결심을 한다. 그는 청년기 때부터 계속 시와 산문을 발표하였다. 단의 중년에는 병과 빈곤이 여러 해 동안 그를 괴롭혔는데 그러다 마침내 1615년 43세가 되던 해에 영국 국교회 사제가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기회주의가 아닌 오랜 내적 투쟁 끝에 획득한 종교적 신념이 그로 하여금 가톨릭을 버리고 영국 국교에 귀의하도록 한 것이다. 1621년, 그는 제임스 1세로부터 성 바울 대성당의 주임사제로 임명받아 죽을 때까지 그 직에 있었다. 18세기에 들어서서 비평가들로부터 난해하고 기이한 시를 쓴다는 악평을 많이 받았지만, 20세기 초에 와서 뛰어난 시인으로 재평가받게 되었다. 특히 그가 많이 사용했었던 '기발한 착상(conceit)' 들이 의미 있는 시적 기교임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기발한 착상이라는 그 기법은 동시대의 궁정 시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그를 비롯하여 그의 영향을 받은 일군의 시인들을 영문학사에서는 형이상학파 시인들(Metaphysical Poets)이라고 부른다. 형이상학이라는 말은 그의 난해하고 기이한 언어 사용법을 비꼬아 18세기 비평가들이 부른 말이었다. 형이상학파 시의 거장인 존 단은 ‘영문학 사상 그처럼 기이하고 특별한 인물은 없었다’라고 말해질 만큼, 영시 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시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했던 충격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생애뿐만 아니라 작품 또한 동일인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고 독특하기 때문이다.

 

존 단의 대표 시 벼룩 (The Flea)

작가는 벼룩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입부부터 벼룩을 통해 구애를 하는 듯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Mark but this flea, and mark in this,

How little that which thou deniest me is ;
It suck'd me first, and now sucks thee,
And in this flea our two bloods mingled be.

Thou know'st that this cannot be said

A sin, nor shame, nor loss of maidenhead.


이 벼룩을 보시오.

나를 거부하는 당신의 정조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벼룩은 먼저 내 피를, 그리고 당신 피를 빨고 있소.

그러니 이 벼룩 안에 우리 둘 피가 섞였을 것이오.

그대는 알고 있소,

(벼룩 안에 우리들 피가 섞여 있는 것이) 죄도, 수치도, 

처녀성의 상실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것을.

 

이 시는 존 단이 사망한 2년 이후 출판된 시집 노래와 소네트 (Songs and Sonnets, 1663)에 실린 작품이다. 그 당시 연애 시를 쓰는 유럽 시인들에게 벼룩은 인기 있는 소재였다. 벼룩이 자신과 여인을 물었기 때문에 벼룩 안에서 그 둘의 피가 섞이게 됨으로 그들의 사랑은 벼룩을 매개로 하여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벼룩으로 이어진 사랑이므로 이것은 죄도, 수치스러운 것도, 혹은 처녀성을 잃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또한 그 벼룩을 죽여서 이를 부정하게 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세 명의 목숨을 죽이는 것이므로 신성모독까지 이른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자신에게 굴복해 봐야 벼룩이 여인에게서 피를 뽑은 만큼(아주 티끌만 함)의 명예만 실추될 뿐이라고 하며 자신에게 사랑의 굴복을 할 것을 강요하는 모습도 내보인다. 벼룩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자신과 사랑을 나누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에서 세속적이고 풍기 문란한 시라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표현상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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