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르네상스, 튜더 시대

튜더 시대 (The Tudors : 1485~1603)

 

16세기 영국은 튜더 왕조의 시대였다. 리치먼드 백작이 보스워스(Bosworth)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30년 간 지속되었던 요크가와 랭커스터가 의 왕권 다툼이 종식되고 강한 왕조가 수립되었다. 리치먼드 백작은 튜더 왕조의 첫 왕 헨리 7세가 되었다. 헨리 7세는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귀족들을 억압하고 절대왕정을 추진하였다. 헨리 7세기 즉위하기 전까지 왕조 전쟁으로 인해 지방 귀족들과 교회의 힘이 많이 분산되고 약해져 있었기 때문에 튜더 정권은 아주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정권이 될 수 있었다. 튜더 왕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왕은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이 시대에 영국에 있던 가장 특징적인 두 사건은 대륙과의 관계가 빈번해지면서 나타난 르네상스(문예부흥)와 종교 개혁이다. 

 

르네상스는 14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5-16세기 서 유럽에서 계속된 전 유럽적인 현상이었다. 르네상스는 영국에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현대적인 정신과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르네상스 정신으로 말미암아 사상의 해방, 종교 개혁가들의 권위에 대한 반항, 항해가와 과학자들이 제시한 신세계에 대한 놀라움 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었다. 따라서 르네상스는 중세 암흑시대에서 일어난 새로운 불꽃이라 할 수 있다. 신세계의 발견과 새로운 인간성의 발견으로 사상, 종교 및 예술에 있어서 개인주의를 탄생시킨 시기이기도 하다. 르네상스가 가능했던 이유는 15세기 후반에 도입된 인쇄술 때문인데, 서적을 대량으로 편찬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일반 시민들이 문자문화를 창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영국의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였는데 흑사병도 종식되고 백년전쟁도 막을 내리면서 영국 시민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롭고 안정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나 가족을 부양하는 어려움이 사라지면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로 인해 위대한 고전 작품들이 탄생하고 널리 보급될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정신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는 인물들로는 헨리 8세, 엘리자베스 1세, 메리 스튜어트(Mary Stuart)와 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 셰익스피어 등을 꼽을 수 있다. 

 

1. 헨리 8세

헨리 7세의 뒤를 이어 왕이 된 헨리 8세의 이혼 문제로 단행된 영국의 종교 개혁은 교회를 왕권에 종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 종교 개혁가들은 왕정의 강력한 지지자들이었다. 영국에서의 종교 개혁은 성직자들의 통치로부터 해방을 부르짖었던 위클리프에 의해 비롯되었는데, 헨리 8세 때 이르러 독일과 스위스 개혁가들의 영향을 받아 급진주의적 신학적 개혁이 단행되었다. 그 결과 영국은 로마로부터 정치적, 종교적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2. 엘리자베스 1세 (1558~1603)

튜더 왕조의 마지막 군주인 엘리자베스 1세는 잉글랜드가 대영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녀는 통일령을 선포하여 국교회가 주도하는 종교 질서를 확립하여 신교 국가의 기반을 마련한다. 유럽 대륙으로부터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국가사업을 수행하였고, 화폐개혁은 큰 성공을 거두어 안정된 통화질서도 확립하였다.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희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극장이 크게 발달했다. 이때 극단은 주로 런던에 집중되어 있었고 관리들은 런던 시내에서 연극 활동을 봉쇄하려 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런던 외곽에 극장을 건립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은 1576년 최초로 런던 시 밖 템즈강 남안에 글로브(Globe) 극장이 설립된 계기가 되었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가장 걸출한 잉글랜드 문인으로 크리스토프 말로위, 벤 존슨, 그리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세 희곡작가를 들 수 있다.

 

1) 크리스토퍼 말로 (Christopher Marlowe 1564~1593)

엘리자베스 왕조 연극의 선두에 섰던 '대학 재사 (the University Wits)'의 대표적인 인물로 셰익스피어 이전의 영국 최대 극작가로 손꼽힌다. 그의 작품 특징으로는 인간으로서의 규범을 벗어난 욕망에 휘말려 좌절해 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템버래인 (Tamberlaine)>  순수한 영웅극(hero-play)이다.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힘으로 세계 정복자가 된 영웅적 인물 템버래인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여 개인의 야심을 실현하는 르네상스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관객들은 거대한 힘과 싸우는 용감하고 무자비한 영웅을 지켜보는 데서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파우스투스 박사의 비극사 (The Tragical History of Dr.Faustus)> 이 인물의 모델은 파우스트(Faust)이다. 파우스트의 신화는 르네상스이래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는데, 파우스트는 작가들이 시대의 지적 요구에 맞춰 특성이 바꾸어졌다. 그러나 말로의 파우스투스 박사는 지나친 지성 때문에 내적 고통을 겪으며 비극적 파멸을 맞는다. 

 

William Shakespeare

2)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셰익스피어는 사극, 희극, 비극, 희비극 등 연극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면서, 광범위한 관객층에 대한 호소력으로 최고의 극작가라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삶의 영역을 탐구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 젊은 남녀의 사랑과 죽음을 그리고 있다. 두 젊은 연인들을 파멸로 이끈 두 집안의 뿌리깊은 원한과 증오는 이 주인공들에게 죽음이라는 비극을 맞게 한다.

<햄릿> 우유부단한 주인공 햄릿을 통해 복수에 관련된 윤리성, 삶과 죽음의 문제, 정의의 불의의 문제를 재조명한다. 햄릿의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은 고민하여 행동하지 못하는 그의 내재적 갈등의 일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3) 벤 존슨(Benjamin Jonson 1573~1637)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약한 인물 중 하나이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기존의 세계에서 보수적이고 질서화된 왕정 사회의 위계질서(Hierarchy)를 강조했다. 위계질서적 관계를 지향했기에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지위라는 사실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의 시 <펜스 허스트>에서 그가 원하는 이상적인 왕정 사회의 위계질서가 잘 나타난다. 존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유머, 즉 기질이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그들의 기질 속에 있게 하는 동시에, 어떤 독특한 태도와 말투 등으로 과장하는 수법을 고안했다.